33도의 폭염, 마당에서 배운 하루

2025. 7. 7. 09:00으쌰으쌰 농사이야기 with 귀농귀촌

 

올해 장마는 정말 길 거라고들 했죠.

장마 대비도 해야 하고, 장마 때 잡초제거를 할 수 없으니

장마가 끝나고 좀 힘들겠지만,, 아무튼 비오는 동안 다른 일들을 좀 집중할 수 있겠구나

싶어서 풀베기를 살짝 미뤘어요.

그런데 어쩌죠. 장마는 보름도 안 돼 끝나버렸고, 마당은 어느새 무릎 높이까지 쑥쑥 자란 풀들로 가득했어요.

 

“왐마... 징하게도 자랐네...”

사투리가 절로 튀어나왔습니다.

33도 폭염에 예초기와 전지가위, 긁개까지 챙겨 마당에 섰어요.

16마리 강아지와 함께 사는 집에서 제초제는 쓸 수 없고,

밤이면 반딧불이와 도롱뇽, 두꺼비가 나오는 우리 마당에선 더더욱 쓸 수 없어요.

이런 결정을 하게 된 계기는 오랜 기억으로 거슬러갑니다.

 

해남에 내려와 처음 맞은 여름, 제초제를 희석해 마당을 둘러보다가 돌 틈에 뒤집힌 도롱뇽을 발견했어요.

죽은 줄 알았는데, 혹시 몰라 강아지 밥그릇에 물을 적시고 조심스레 옮겨줬더니 꼬물꼬물 살아나더라고요.

그날 이후로 우리 집엔 제초제가 사라졌어요.

 

 

풀을 베는 건 힘들고, 땀도 줄줄 흘리지만

그럴 때마다 해먹에 누워 나를 바라보는 강아지들,

밤이면 풀숲 어딘가를 빼꼼히 내다보는 도롱뇽, 고요한 마당을 밝히는 반딧불이까지.

“그래, 나 혼자 사는 마당이 아니지.”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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예초기 돌아가는 소리에도, 바람결에도, 살아 있는 생명들을 떠올리게 되는 하루.

그래서 다시금 마음먹게 돼요.

풀과 함께, 강아지와 함께, 도롱뇽과 함께 함께 살아가는 여름

 

이 하루의 이야기를 영상 속에서 함께 걸어보실래요? 🌿